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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구례포 해수욕장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7/12/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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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겨울 바다, 온전히 독차지할 수 있는 구례포

모든 게 알맞다. 어느 경계를 이루듯 병렬해 서 있는 해송 숲, 그리고 그 숲을 지나면 하얗게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 그리고 그 하얀 모래사장을 포근히 안아주듯 감싸고 있는 푸른 바다, 찬란한 빛으로 일렁이는 햇살. 잔잔하다. 너무 잔잔하고 한적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워낙 태안에 이름난 바닷가가 많다보니, 그 유명세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한여름에도 가족단위 피서객이나 캠핑 족들만 찾는 이 바다는 한겨울에 그 한적함의 최고조를 이룬다.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에 필요한 그 모든 것이 한 세트를 이루듯 완벽하다. 
한 겨울에 바다를 찾는 것은 바로 이런 맛이다. 바닷바람에 양 볼이 얼얼할 정도로 시려도 이 바다의 풍광과 호젓함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것. 바다와 해송이 어울려 이룬 겨울의 풍경화에 한 점의 움직이지 않는 정물이 되듯 그렇게 시간도, 움직임도 멈춘다. 



구례포 해수욕장. 그 이름도 참 낯설다. 어디 들어본 적이나 있었던가. 지나친 적이라도 있었던가. 기억에 아무 흔적도 없는 구례포 해수욕장은 그 하얗고 넓은 모래사장만큼이나 백지다. 낯선 이름과 풍경이 주는 작은 설렘조차도 첫 추억이 된다.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에 있는 구례포 해수욕장은 1990년에 개장하였다. 신두리 바닷가를 지나 학암포 해수욕장 가기 전에 있는 곳이다. 이름난 곳이 아니라 해서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해수욕장의 길이가 800m나 되고, 폭은 200m나 된다. 길고 넓은 백사장이 마치 활처럼 둥그렇게 구부러져 바다를 감싼다. 바닷물이 빠지면 1km 쯤 그 폭이 넓어진다. 바닥은 서해안의 그 흔하디흔한 갯벌이 아니다. 하얀 모래가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푹푹 빠지지 않는다. 색깔도 하얗고 고운 모래다. 그 넓고 흰 해수욕장은 썰물과 밀물의 커다란 도화지가 된다. 물이 들고 나며 만들어지는 수백 개의 길들이 온갖 특별한 그림들을 만들어낸다.



구례포 해수욕장 바로 옆으로는 먼동해변이라는 작은 바닷가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던 KBS 사극 ‘먼동’을 이곳에서 찍은 후부터 ‘먼동 해변’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다. 사극이 한창 방영될 때는 그 인기를 업고 이곳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 든 적도 있다. 
구례포 해수욕장 역시 사극 ‘용의 눈물’을 찍은 바다로 알려져 있다. 구례는 ‘원북지’에 따르면 ‘넓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날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꽤나 활발한 포구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번창했던 그때의 모습을 내주고, 대신 바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탁 트인 바다의 맛은 태안의 그 어느 바다에 뒤지지 않아 ‘넓다’는 의미의 구례에 대한 이름값을 여전히 하는 중이다. 



구례포의 바닷가 바로 옆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바다와 해송 숲사이에는 나무 테크가 나 있다. 학암포 자연 관찰로에서 시작해 학암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구례포 모래포집 관찰 테크-먼동 해변-모재쉼터-신두리로 이어지는 길은 나름 특색이 있다. 
구례포 모래사장 옆으로는 갯바위들이 펼쳐진다. 수많은 세월, 바람과 파도에 휩쓸린 자국들이 기묘한 형태로 남아 구례포 특유의 풍광에 한 몫 한다. 마치 칼로 쪼갠 듯 직각을 이룬 바위들과 돌들 사이 하얀 굴껍질들이 그 벽을 단단히 붙들고 산다. 갯바위들의 모양이나 바다의 형태를 보아하니 강태공들의 걸음이 잦을 듯도 싶다. 그 갯바위 옆으로는 작은 능선과 오솔길이 이어진다. 몇십 걸음 안에 작은 정자도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구례포 앞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에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딱 그만큼이다. 멀리 지나는 고깃배도 그림을 거든다. 손이라도 들어 흔들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구례포 해수욕장 앞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형제들처럼 모여 산다. 정면으로 앞바다를 마주보고 섰을 때 가장 왼쪽에 있는 섬이 새뱅이, 그 옆으로 질마뱅이, 수리뱅이, 돌뱅이, 거먹뱅이, 굴뚝뱅이, 대뱅이 섬이 일곱 개 죽 늘어서 있다. 그 이름도 참 재밌고, 그 모습은 또 어찌나 올망졸망 귀엽고 친근한지, 마치 바다위에 흩뿌려진 작고 동글동글한 공깃돌 같다. 
얼마동안을 머물렀는지 시간도 헤아리기 어려운 동안, 바다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 감춰져 있던 하얀 모래사장이 드러난다. 치마를 무릎까지 올리고 참방거리는 여인의 하얀 종아리를 보듯 그 모래사장이 참으로 매끈하다. 

그 바다에 서 있는 것은 어찌보면 참으로 심심하다. 오히려 그게 낫다. 심심한 것은 잔잔한 것. 뭔가를 하지 않아도 좋은 그 고요함에 푹 빠져들 수 있으니 온갖 상념은 저 푸른 바닷물에 담가 첨벙첨벙 헹궈오기 좋다. 유명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고, 뭔가 하지 않아도 좋을 이 바닷가. 이 바다를 이 겨울에 온전히 다 차지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구례포 해수욕장을 다시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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